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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이색축제와 의식

일본 '하다카 마츠리'

신체와 영혼의 정화: 일본 ‘하다카 마츠리’의 뜨거운 열기

1. 하다카 마츠리의 기원과 의미 – 나체로 신과 하나 되다

일본의 전통 축제 중 가장 이색적이며 강렬한 인상을 주는 축제 중 하나가 바로 **‘하다카 마츠리(裸祭り, 벌거벗은 축제)’**이다. 이 축제는 매년 일본 각지에서 열리지만, 특히 오카야마현 사이다이지(西大寺)에서 개최되는 ‘사이다이지 하다카 마츠리(西大寺はだか祭り)’가 가장 유명하다.

하다카 마츠리는 남성들이 거의 벌거벗은 상태로 한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신성한 부적(고시나이, 護符)을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는 축제이다. 이 축제의 기원은 약 **500년 전 무로마치 시대(室町時代)**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이다이지 사원의 승려들이 신도들에게 복을 나눠주기 위해 종이를 던졌는데, 신도들이 앞다투어 그것을 받으려 하면서 축제의 형태가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종이 대신 신성한 부적(‘신기(神木)’라 불리는 나무 조각)이 사용되었고, 이를 차지하는 사람이 한 해 동안 건강과 행운을 얻는다고 믿게 되었다. 또한, 축제 참가자들이 거의 알몸 상태로 뛰어다니는 것은 신체를 정화하고 새로운 기운을 맞이하는 의미를 가진다. 일본에서 ‘벌거벗음’은 순수함과 신성함을 의미하며, 하다카 마츠리는 인간이 본연의 모습으로 신과 하나 되는 신성한 의식인 것이다.

 

일본 '하다카 마츠리'

2. 극한의 체험 – 한겨울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몸싸움

하다카 마츠리는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다. 참가자들은 엄격한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하며, 목숨을 건 싸움을 치르게 된다. 축제의 핵심은 ‘신기(神木)’를 손에 넣는 것이지만, 이 과정은 극한의 인내와 용기를 요구한다.

① 축제의 진행 방식

축제는 매년 2월 중순, 한겨울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신체 정화를 위해 하루 동안 엄격한 단식과 목욕을 해야 하며, 오직 흰색 전통 속옷인 ‘훗칭(ふんどし, 훈도시)’과 흰색 양말인 ‘다비(足袋, 타비)’만을 착용한 채 축제에 참여한다.

해가 저물어 밤이 되면, 수천 명의 참가자들이 사이다이지 사원의 경내로 몰려들고, 본격적인 의식이 시작된다.

  1. 참가자들은 찬물에 몸을 씻으며 신체를 정화한 후, 사원 안으로 입장한다.
  2. 사원의 불이 모두 꺼지고, 어둠 속에서 사제(神職)가 ‘신기(神木)’라 불리는 작은 나무 조각 2개를 던진다.
  3. 이때부터 참가자들은 신기를 차지하기 위해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게 된다.
  4. 신기를 손에 넣은 사람은 사람들의 격렬한 저항을 뚫고 밖으로 빠져나와야 하며, 마지막까지 신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한 해의 행운을 얻게 된다.

② 극한의 경쟁과 위험성

하다카 마츠리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진정한 생존 경쟁의 장이다.

  • 참가자들은 맨몸으로 몸싸움을 벌이며, 밀리고 넘어지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 신기가 한 손에 들어가면 수백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이를 빼앗으려 하기 때문에, 극도의 체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 밀폐된 공간에서 수천 명이 뒤엉켜 있기 때문에 호흡곤란이나 압사 사고의 위험도 존재한다.
  •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견뎌 신기를 손에 넣는다면, 그 사람은 일 년 내내 행운과 건강을 누릴 수 있다고 여겨진다.

 

3. 신과 인간이 하나 되는 순간 – 하다카 마츠리의 정신적 의미

하다카 마츠리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일본 전통 신앙과 깊은 연관이 있는 신성한 의식이다. 일본의 신토(神道) 신앙에서는 신과 인간이 교감하는 순간을 중요하게 여기며, 신의 가호를 받기 위해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① ‘신기’를 차지하는 것은 신의 축복을 받는 것

하다카 마츠리에 참가하는 남성들은 신성한 부적(신기)을 손에 넣는 것이 곧 신의 축복을 받는 것이라고 믿는다.

  • 신토 신앙에서는 순수한 마음과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신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 신기를 차지하기 위해 참가자들은 극한의 인내와 용기를 시험받으며, 이는 일종의 정신적 수행 과정으로 여겨진다.

② 집단 의식과 공동체 정신

하다카 마츠리는 단순히 개인의 행운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의 평안과 번영을 기원하는 공동체적 행사이기도 하다.

  • 신기를 차지한 사람은 그해 동안 마을의 대표자로 여겨지며, 마을 전체가 그의 행운을 공유한다고 믿는다.
  • 참가자들은 서로를 밀어내고 경쟁하지만, 동시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신에게 기도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결속력을 다지는 시간이 된다.

 

4. 하다카 마츠리의 현대적 변화와 논란

하다카 마츠리는 전통적으로 일본 남성들의 신앙심과 용기를 시험하는 중요한 의식이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논란과 변화의 흐름을 겪고 있다.

① 여성의 참여 문제

  • 하다카 마츠리는 역사적으로 남성들만이 참가하는 축제였지만, 최근에는 여성들의 참여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들도 참여할 수 있는 하다카 마츠리를 따로 운영하고 있으며,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② 안전 문제와 사고 발생

  • 수천 명이 밀집한 공간에서 발생하는 압사 위험부상자 속출로 인해 축제 운영 방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참가 인원을 제한하거나, 안전 장비를 착용하는 등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③ 전통과 현대의 공존

  • 일본 사회가 점차 현대화되면서, 하다카 마츠리와 같은 전통 축제의 의미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일본인들이 전통을 소중히 여기며, 하다카 마츠리를 통해 과거의 신앙과 문화를 이어가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본 하다카 마츠리는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신과 인간이 하나 되는 신성한 의식이다. 참가자들은 극한의 추위와 격렬한 경쟁 속에서 용기와 인내를 시험받으며, 신의 축복을 받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한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일본에서, 하다카 마츠리는 여전히 강한 생명력을 유지하며, 일본인의 신앙과 공동체 정신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