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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이색축제와 의식

말레이시아 '타이푸삼 축제'

신에게 바치는 고행의 길: 말레이시아 ‘타이푸삼 축제’의 신성한 의식

1. 타이푸삼 축제의 기원과 신성한 의미 – 신에게 바치는 헌신의 상징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힌두교 축제인 **‘타이푸삼(Thaipusam)’**은 매년 타밀 달력의 ‘타이(Thai)’ 월, 즉 1월과 2월 사이의 보름날에 거행되는 중요한 종교 행사다. 이 축제는 힌두교 신 ‘무루간(Murugan)’에게 헌신을 다하고, 죄를 속죄하며, 신의 가호를 받기 위해 거행되는 의식이다.

무루간은 힌두교에서 전쟁과 지혜, 승리의 신으로 숭배되며, 악과 혼란을 물리치는 존재로 알려져 있다. 타이푸삼 축제는 신화 속에서 무루간이 악의 세력을 무찌르기 위해 신성한 무기인 ‘벨(Vel, 창)’을 어머니 ‘파르바티(Parvati)’로부터 받은 날을 기념하는 행사다.

이 축제는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인도, 스리랑카, 모리셔스 등 타밀계 힌두교도들이 많은 지역에서 거행되지만, 특히 말레이시아의 ‘바투 동굴(Batu Caves)’에서 열리는 타이푸삼은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다.

바투 동굴은 힌두교 성지 중 하나로,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고행의 장소다. 이곳에서 신도들은 신에게 자신의 헌신을 증명하기 위해 고통을 감수하며 다양한 신체적 수행을 거행한다.

 

말레이시아 '타이푸삼 축제'

2. 극한의 수행 – 신과 하나 되기 위한 ‘카바디(Kavadi)’ 행렬

타이푸삼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카바디(Kavadi)’ 행렬이다. 카바디는 힌두교도들이 신에게 바치는 공물의 한 형태로, 이는 곧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신에게 헌신하는 수행의 과정을 의미한다.

① 카바디 의식의 준비 과정

축제에 참가하는 신도들은 단순히 축제 당일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 참여자는 48일 동안 금욕과 채식, 기도, 단식을 하며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 이 과정 동안 참가자들은 신을 향한 헌신과 정신적 수양을 통해 신과의 교감을 준비한다.
  • 일부 참가자들은 금식과 묵언 수행을 하며, 세속적인 욕망을 내려놓고 신에게 바칠 순수한 몸과 마음을 만든다.

② 신체를 꿰뚫는 고통의 행렬 – ‘카바디’를 짊어진 수행자들

타이푸삼 축제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바로 신체를 관통하는 의식이다.

  • 수행자들은 금속 창이나 바늘로 볼, 혀, 심지어는 뺨을 관통시킨다.
  • 등이나 가슴에 금속 갈고리를 박아 몸을 들어 올리는 수행도 있으며, 이는 신에게 바치는 극한의 헌신을 의미한다.
  • 거대한 구조물인 ‘카바디’를 몸에 연결하고 이를 지탱하며 바투 동굴까지 행진하기도 한다.
  • 카바디는 알루미늄 또는 나무로 만들어진 장식물로, 신을 상징하는 다양한 색깔과 깃털, 꽃으로 장식되며, 크기에 따라 무게가 30~40kg에 달하기도 한다.

이러한 의식을 수행하는 신도들은 대부분 트랜스 상태에 빠져 신과 하나 된 듯한 모습을 보인다.

  • 이들은 행진을 하는 동안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믿으며, 신성한 힘이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 신도들은 몸에 박힌 창과 갈고리를 제거할 때까지 무루간 신의 이름을 외치며 끝없는 인내와 정신력을 발휘한다.

 

3. 바투 동굴에서의 절정 – 신성한 계단을 오르는 수행

타이푸삼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바투 동굴(Batu Caves)의 272개 계단을 오르는 의식이다.

  • 신도들은 신성한 공물을 머리에 이거나 카바디를 짊어진 채 이 계단을 올라야 하며, 이 과정에서 자신이 바친 고행을 신이 받아들여주길 기원한다.
  • 많은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는 동안 기도를 올리며 무루간 신에게 소원을 빌고, 속죄와 축복을 구한다.
  • 신앙심이 깊은 신도들은 신의 가호를 받는 순간까지 고통을 참아내며, 신체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인내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가족과 친지들은 행렬을 따르며 물을 주거나 노래와 북소리를 울려 수행자들을 응원한다.

  • 전통 악기 연주와 찬송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신도들은 마지막 힘을 다해 신전까지 도달하며 신과 하나 되는 경지에 이른다.
  • 신전을 방문한 신도들은 제물을 바치고 자신의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지길 기원하며 축제를 마무리한다.

 

4. 현대 사회에서의 변화와 논란 – 전통과 신앙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타이푸삼 축제는 전통적으로 힌두교 신앙과 깊이 연결된 행사이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새로운 변화와 논란을 겪고 있다.

① 안전 문제와 건강상의 위험

  • 신체를 찌르는 의식은 신앙적인 의미가 깊지만, 일부 의료 전문가들은 위생과 건강상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 감염 위험과 출혈이 동반될 수 있으며, 참가자들이 극도의 트랜스 상태에 빠지면서 의료진의 개입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

② 관광 상품화에 대한 우려

  • 타이푸삼 축제는 이색적인 종교 행사로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며, 전 세계에서 수십만 명이 몰려드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 하지만 신도들 중 일부는 축제가 단순한 볼거리가 되어 종교적인 신성함이 퇴색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 특히 일부 관광객들이 신체를 찌르는 의식을 단순한 퍼포먼스로 여기는 태도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③ 정부와 지역사회의 규제 강화

  • 말레이시아 정부는 타이푸삼 축제가 너무 과격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 일부 지역에서는 신체 관통 의식을 금지하거나, 참가자들이 의료 검진을 받도록 하는 등의 제한을 두고 있다.
  • 하지만 신도들은 이러한 규제가 자신들의 신앙을 억압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기도 한다.

 

말레이시아의 타이푸삼 축제는 신과 인간이 하나 되는 극한의 수행을 통해 신앙심을 증명하는 의식이다.
신도들은 신체적 고통을 감내하며 무루간 신에게 헌신을 다하고, 신의 축복을 받기 위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오늘날 타이푸삼 축제는 종교적 의미를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색적인 행사가 되었으며, 그 신비로운 분위기와 강렬한 의식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